전기차-청정에너지 폭락에 투자자 실망
복잡한 이해관계 맞추려는 시도도 문제
WSJ “혁명아닌 일시 유행에 그칠 수도”
"ESG 투자급감 데이터로 확인 가능"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데일리임팩트 이진원 객원기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의 전성기는 끝났다. 회복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외 재계에서 큰 열풍을 불러일으키면서 투자자들로부터도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ESG 투자에 대한 인기가 최근 급격히 식고 있다면서 최근 미국의 미국 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내놓은 진단이다.

WSJ은 이런 현상이 벌어진 가장 큰 이유로 ESG 활동이라고 하면 연상되는 청정에너지 관련주의 폭락을 꼽았다. 결국 부진한 투자 실적이 투자자들의 이탈을 부추긴 원인일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전기 자동차 판매가 둔화하면서 중국의 비야디에 밀리기 전까지 세계 최대 전기차 회사였던 테슬라 주가는 급락 중이다.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자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자율주행차에 집중하겠다고 밝히면서 26일(현지시간) 주가가 오랜만에 3% 가까이 급등 마감했으나 이 회사의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이미 20% 중반대 급락 중이다.

전기차에 이어 대표적인 청정에너지 관련주로 꼽히는 태양광주 상황 역시 좋지 않다.

여러 건의 재생 에너지 프로젝트가 보류되자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인 퍼스트 솔라(First Solar)와 덴마크의 풍력 터빈 대기업인 베스타스(Vestas)를 주요 구성 종목으로 하는 ‘S&P 글로벌 클린에너지’ 지수는 지난해 초 이후 글로벌 증시가 27% 오르는 동안 오히려 31% 하락하며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

이처럼 청정에너지 관련주에 대한 투자 수익률이 저조하자 투자자들이 ESG 펀드에서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는 건 시장조사 업체들의 데이터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EPFR의 데이터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연초부터 탈탄소화 펀드에서 22억달러(약 3조원)의 자금을 인출한 가운데 자금 유출 규모는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모닝스타의 데이터로도 자금 유출 흐름이 확인되고 있다. 지난 1월 이 회사가 발표한 데이터를 보면, 투자자들은 지난해 4분기에도 ESG 펀드에서 계속 자금을 빼가면서 미국의 ESG 펀드는 모닝스타가 관련 자료를 집계한 지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자금 유출을 경험했다.

2019년과 2022년 사이에는 ESG 경영 열풍 속에 청정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ESG 투자도 급증했지만, 지난해부터 그때와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게 모닝스타의 진단이다.

WSJ은 이런 분위기를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ESG가 (애초 기대와 달리) 모든 산업으로 확장되는 금융 혁명이 아니라 일시적 투자 유행에 그치고 말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ESG 투자, 일시적 유행으로 끝나나 

이 매체는 ESG 운동이 한 번에 너무 많은 관심사를 충족시키려고 하다가 이도 저도 아닌 게 되어버린 것도 ESG에 대한 관심이 식게 만든 원인으로 꼽았다.

ESG가 ‘불안한 3자 동맹’의 산물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가졌다는 지적이다. 한쪽에는 특히 스칸디나비아에 널리 퍼져 있는 연기금, 대학, 종교 단체 등 분쟁이 있는 기업을 피하고자 하는 윤리적 성향의 투자자들이 있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산업에 자금을 지원하고자 하는 유엔과 같은 기관이 있었으며, 마지막으로 친환경 혁명을 통해 이익을 얻고자 하는 투자자들이 있으면서 ESG 활동을 통해 추구하려는 목적이 애초부터 서로 달라 혼선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산 운용사들은 이 세 가지 이해관계자들의 요구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기회에 뛰어들었지만, 정작 실현 가능성이 낮은 발언만 쏟아냈다고 WSJ는 분석했다.

대표적으로 윤리적 목표나 탈탄소화를 위해 투자하면 높고 장기적으로 안전하고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이들의 주장과 논리적으로 배치될 수밖에 없다는 게 확인됐는데도 이들은 이런 주장을 되풀이했다는 것이다.

WSJ은 앞으로는 ESG 투자가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너무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니즈를 한꺼번에 충족시키려는 광범위한 ESG 투자보다는 ESG 분야의 특정 이슈에 관심이 있는 고객층을 겨냥한 투자가 주목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ESG란 용어를 쓰지 않고 대신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산업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식고 있는 관심 

ESG 투자에 대한 관심이 식고 있다는 건 여러 가지 데이터를 통해서 확인된다.

WSJ이 인용한 모닝스타 다이렉트의 분기별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에서 전체 신설 펀드 중 ESG가 이름에 들어간 신설 펀드 비율이 최고 8.3%에서 지금은 3.3%로 떨어졌다.

구글 트렌드 상으로도 ‘ESG 투자’에 대한 온라인 검색도 2019년 중반 수준으로 급감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 데이터 회사인 팩트셋도 최근 발표한 자료를 통해 기업들의 ESG에 대한 관심이 식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줬다.

팩트셋이 분석해 본 결과, 지난 4분기 실적을 발표한 S&P500 기업 중 실적 발표 후 가진 콘퍼런스콜에서 ESG를 언급한 기업 수가 5년 평균인 82곳이나 10년 평균인 43곳보다도 적은 29곳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팩트셋은 콘퍼런스콜 때 ESG를 언급한 S&P500 기업 수가 이처럼 적었던 건 2019년 2분기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다.

기업들이 보통 콘퍼런스콜 때 향후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나 추진하고자 하는 프로젝제르를 언급한다는 점에서 ESG에 대한 언급이 이처럼 줄어들었다는 건 기업들의 ESG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걸 방증해주는 결과라는 게 팩트셋의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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